[김예나의 까;칠한] “오디션은 너 연습생, 일단 뜨면 내 연예인”

기사입력 2017-08-12 11:2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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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김예나 기자] 아마 이렇게까지 뜨거울 줄 몰랐을 테지. 이미 데뷔한 연예인이 다시 오디션에 응시한다고 얼마나 큰 반응을 얻겠냐는 불신이 컸을 수도 있겠다. 그러니까 많은 고민 없이 오디션을 응시했거나 관망했겠지. 오디션 출신 가수들이 차트를 점령하고, 각종 광고모델을 섭렵하는 현실이 닥칠지 모른 채.



오디션 프로그램이 이토록 각광받게 된 건 Mnet ‘슈퍼스타K’가 시초라 할 수 있겠다. 매년 넘버링을 추가해 시즌제로 기획될 만큼 국민적 관심을 얻었다. 가수를 발굴하는 프로그램이었지만, 단순 음악 예능을 넘어섰다. “시청자가 직접 가수를 뽑는다”는 구성이 매력적으로 어필됐다. 이를 계기로 서바이벌 오디션은 막 쏟아지기 시작했다.



MBC ‘위대한 탄생’, SBS ‘K팝스타’, Mnet ‘쇼미더머니’ ‘언프리티 랩스타’ ‘보이스코리아’ ‘프로듀스101’ 등이 가수 탄생에 초점을 맞췄다.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은 프로그램이 존재했고, 폐지됐다. 이를 통해 어마어마하게 많은 이들이 가수를 꿈꾸고, 아이돌을 동경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대한민국에는 참 많은 가수 연습생과 무명으로 묻힌 아이돌 그룹이 있었다. 이미 데뷔했지만, 주목 받지 못한 이들은 고통은 더 컸다. 연예인이라고 분류하기도 애매한 신분으로 숨죽여 살고 있었다. 그렇다고 연습생들과 같은 위치에서 새롭게 도전하는 그 마저도 쉽지 않았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이에 시간만 흘렀다.



그러던 중 2016년 Mnet ‘프로듀스101 시즌1’를 계기로 상황이 역전됐다. 데뷔한 가수가 오디션 연습생으로 응시, 그렇게 얻을 수 있는 후광효과를 보여줬다. 다이아 멤버 정채연은 ‘프로듀스101’에 출연하기 전까지 대중은 물론 업계에서도 주목받지 못한 존재였다. 하지만 연습생으로 돌아간 정채연은 ‘엔딩요정’을 장식한 후 승승장구했다. 프로젝트 그룹 아이오아이(I.O.I) 멤버로 발탁되며 드라마, 광고, 예능을 꿰찼다. 동시에 소속그룹 다이아까지 대중에 이름을 알렸다. 







그 때부터였다. 이미 데뷔했어도 얼마든지 연습생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동기를 부여했다. 동시에 ‘쇼미더머니’ ‘언프리티 랩스타’에 응시하는 래퍼들도 그랬다. 일부 마니아층을 겨냥한 무대에 올랐던 래퍼들은 오디션 출연 후 예능, 광고 등을 차지하는 대세스타가 됐다. 몇 년째 끝나지 않는 힙합 열풍으로 래퍼들이 살기 좋은 K팝 그라운드가 됐다.



팬덤 시장 규모는 커지지 않은 채 가수 공급량은 계속 늘고 있다. 당연히 경쟁률은 치솟고 있다. 대기업이 론칭한 가수도 인기를 얻기 힘든 세상이 됐다. 어떻게든 화면에 나와서 이름을 알리고, 얼굴을 비쳐야 했다. ‘오디션은 곧 성공 보장’이라는 확신을 안겨준 셈이다.



너도 나도 오디션에 출격했다. ‘제2의 정채연’이 되기 위해 오디션 출격에 힘을 붙였다. 아니나 다를까. 2017년 ‘프로듀스101 시즌2’에는 데뷔 6년차 그룹 뉴이스트가 다섯 멤버 중 넷이 출격했다. 최종 프로젝트 그룹 워너원(Wanna one)에는 멤버 황민현이 꼽혔다. 대신 뉴이스트는 데뷔 후 처음으로 음원차트 1위에 올랐고, 1만 규모의 팬미팅도 개최한다. 워너원 멤버로 합류한 하성운 덕에 그의 소속그룹 핫샷 역시 느닷없이 새 앨범을 내놓을 수 있었다. 이들 모두 오디션 특수를 받은 이들이다.



2017년 하반기 KBS에서 기획한 오디션 프로그램 ‘아이돌 리부팅 프로젝트 더 유닛’은 아예 데뷔했던 가수에게만 지원자격을 허락했다. 실패한 이들에게 또 한 번의 기회를 준다는 포맷이다. 이 역시도 모두가 혜택을 누릴 수는 없다. 경쟁은 오히려 더 치열해 질 수 있다. 성공은 또 일부에게만 주어질 테니. 



이 와중에 3개 단체(사단법인 한국매니지먼트연합/사단법인 한국음악콘텐츠협회/사단법인 한국연예제작자협회)가 뭉쳐 서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방송사가 만든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가수를 만들고, 수익을 내는 것에 유감을 표명한 것. 대기업 및 방송 미디어의 음악 산업 수직계열화가 공고해지며, 변칙 매니지먼트의 문제점이 쏟아질 것이고, 중소 기획사들은 단순 에이전시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들의 주장을 살피면 틀린 것만도 아니다. 8월 데뷔한 워너원은 ‘프로듀스101 시즌2’ 활력 덕에 업계를 장악했다. 그 누가 나와도 워너원과 대등하게 겨룰 수 없다. 소위 말해 게임이 안 된다. 이런 상황이라면 더 이상 신인 가수가 나올 이유가 없다. 어차피 워너원이 다 지배할 테니. 하지만 오디션으로 기획된 가수는 태생적으로 한계를 지닌다. 시즌1에 이어 시즌2 역시 ‘시한부 그룹’이다. 계약된 기간이 끝나면, 각자 자리로 원 위치된다. 그 다음부터는 본인 몫이다.



오디션으로 재 주목을 받은 가수든, 각 회사에서 만들어낸 가수든 누구하나 유리할 수 없다. 그건 수많은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배출된 가수들의 현실만 봐도 알 수 있다. 오디션 1위 가수가 됐어도 대중의 기억에 남아 있지 가수가 허다하다. 100% 성공은 누구도 확답 받지 못했다. 



연예 산업 안에서 돈을 벌기로 한 이상, 힘겨운 싸움은 끝낼 수 없다. 오히려 멈춘다면, 진짜 끝장나는 환경 아닌가. 편하게 수익을 거두고 싶다면, 다른 일을 찾아보는 걸 추천한다. 괜히 오디션 프로그램 보면서 배 아파하는 것처럼 보일라.



김예나 기자 yeah@tvreport.co.kr/사진=TV리포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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